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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책

나를 작가로 데뷔시켜줄,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by OfU_오브유 2019. 12. 24.

2019년 종합 연간 베스트셀러 1위가 어떤 책인지 알고 있는가?

작년에 이어 에세이 열풍을 반영하듯이 놀랍게도 1위, 2위, 3위 모두 에세이 책이 차지했다.

  • 1위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 2위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3위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1위~100위권을 살펴보더라도 에세이 책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며, 에세이가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에세이가 각광을 받는 것과 함께 책 시장에서 크게 변화한 부분이 있다. 작가의 문턱이 낮아졌고 기회가 많아졌다는 거다. 이제는 전업 작가가 아니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전업 작가가 아닌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쓰던 사람들이 작가로 데뷔하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꿈꾸지 못했는데 갑자기 '나도 작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만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각적인 에세이로 풀어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그런데.. 시작해보자고 마음먹는다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먹은 대로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나는 블로그나 sns 같은 공간에 글이나 사진 올리는 게 창피하고 남들이 내 이야기나 사진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부담스러워 혼자서만 간직했었다.

 

내 핸드폰 앨범 용량은 한계치를 넘어 경고가 뜨고 있으며, 핸드폰 메모장에는 생각날 때마다 혼자 끄적이던 수백 개의 글이 가득하다.  필요 없는 사진은 지워야 하는데 앨범을 살펴보면 다 소중한 사진 뿐이다.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공간과 사람들은 추억이 있어 지우지 못하고 이런 작은 추억들이 더 소중해졌지만 어딘가에 공유하지는 않았다. 메모장에는 담담하게 적은 하루 일기부터 책을 읽은 후기, 이번 주에 해야 할 일처럼 소소한 것부터 장황한 내용까지 있다. 새벽 감성이 콸콸 흘러넘치는 글들을 다시 보면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 그 당시에 힘들어하던 내가 생각나면 안쓰러우면서도 시간이 흐른 지금, 조금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나에게 메모장은 이런저런 글들을 써두고 아주 가끔 열어보는 공간이었다. 나처럼 핸드폰 용량이 모자랄 정도로 개인적인 공간에는 뭔가를 가득 채우지만 공개적인 공간에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공유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에 큰 에너지 소모를 느끼는 사람들.

 

그랬던 나도 공유하는 삶에 작은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번도 꿈꾸지 못했는데 갑자기 '나도 작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메모장에 혼자 간직했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보고, 목차를 만들고, 앨범을 열어 블로그에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런 공유하는 생활이 나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함께.

 

공유하는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나에게 블로그 글쓰기라니,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그저 글만 쓰면 되는지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써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일기처럼 쓰면 되는 건지 자잘한 고민이 끊임없이 생겨서 시작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며칠 동안 구경만 했다. 

그렇게 며칠을 쓰지는 못하고 뭐를 써야 하나 고민했다. 남에게 보이는 거니까 엄청 잘 써야 할 것 같은 느낌. 이런 느낌에 사로잡혀 시작도 못하고 며칠을 헤매다가 서점으로 달려가 책 2권을 구입했다.

 

그때 만난 책 중 하나를 소개한다.

 

제목부터 내 이야기가 아닌가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서점에서 제목을 보면서 '네! 써보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마음속으로 삼키며 책을 집어 들었다.

 

작은 책 크기만큼 내용도 마치 블로그 글처럼 짧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어 앉은자리에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책 내용에 작가의 출판사 편집자 9년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내가 읽어본 몇 권의 글쓰기 책을 보면 '이런 단어는 쓰면 안 되고, 문장의 맺음을 이렇게 하는 거는 한국어와 맞지 않는다'는 아주 유익하지만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내용보다 '할 수 있다' 지지해 주는 내용이 더 많았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작가들의 마음을 다잡아 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던 편집자의 마음 느껴지는 책이었다.

 

지금부터 에세이를 쓰는데 도움이 될 김은경 작가의 꿀팁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문장에 시간을 투자할 것

당신이 유명한 작가라면 무슨 글을 쓰든 사람들은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라면 글 자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초반부터요. 

나도 서점에서 평소에 유명한 작가의 책이나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들은 쉽게 구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데 제목이나 추천 글들이 괜찮은 책들을 고를 때는 시작부는 꼭 읽어보고 시작이 흥미로우면 구입하고 지루하다 싶으면 제자리에 두고 온다. 사람을 소개받을 때도 첫인상이 나쁘면 좋지 않은 편견으로 그 사람을 대하게 된다. 처음 본 사람의 나쁜 첫인상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여러 번 만나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그 사람에 대한 나쁜 편견이 지워진다. 글의 처음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처음부터 흥미가 떨어지는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줄 사람은 없다. 첫인상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힘을 줘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에프터가 있다.

 

보여주는 글 vs 말하는 글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와, 이 사람 진짜 지독한 완벽주의자구나!"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말하는 글

"나는 완벽주의자다. 뭐든 내 기준에서 벗어난 것은 참을 수 없다. 나는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이것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보여주는 글

" 나의 아침 풍경은 늘 동일하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가볍게 이불을 정리한 뒤 냉장고에서 어제 갈아둔 채소주스를 꺼내 마신다. 바로 욕실에 들어가 양치와 세안을 하고 로션을 바르면 여섯 시 십오 분. 옷 방으로 가서 어제 골라둔 옷을 순서에 맞추어 입는다. 잠옷을 전용 옷걸이에 걸어두고 시간을 보면 여섯 시 이십 분. 미리 챙겨둔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러 간다. 여섯 시 삼십사 분 지하철, 6-5번 칸. 나는 지난 5년간 이 사이클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어디까지 묘사할 것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할 때는 'ㅇㅇ는 정말 맛있다'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 음식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라든가 주문할 때의 설렘, 향, 맛, 식감, 가게의 분위기 등을 충분히 풀어놓아 독자로 하여금 그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글을 다 읽자마자 지갑을 챙겨 나가고 싶을 만큼이요.

" 큼직하고 투박하게 무쳐낸 겉절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습니다. 오늘 아침에 무쳤는지 아삭하다 못해 식감이 뽀득뽀득합니다. 매콤한 고춧가루 사이로 달콤한 즙이 배어 나옵니다. "

 

이런 글쓰기 팁들 외에도 실제 에세이를 쓰다 보면 하게 될 고민들을 이 책에서 미리 해주고 있고 '그럴 때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하고 길을 알려준다.

 

여러분도 나를 작가로 데뷔시켜줄,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시죠?

 

함께 시작해 보자.


# 문구

 

첫 문장에는 되도록 개인적이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무언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첫 문장에 풀어놓으세요.

 

잘 쓴 글에서는 애쓰지 않아도 제목을 건져낼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작가는 이 주제에 대해 '말해줄 것'인지 '보여줄 것'인지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묘사'란 읽는 이에게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내가 맛보았던 음식을 설명해주고 싶으면 독자 역시 그것을 맛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해주세요

 

글을 쓰는 사람은 '클리셰'라 불리는 보편적인 무언가보다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글로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아무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그만두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입니다. 결국엔 자신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감에 휩싸여 구직 사이트만 무한대로 돌아다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남들도 좋아하게, 내가 불편했던 것들에 남들도 공감하게. 이것이 바로 에세이와 일기의 차이입니다.

 

여러분이 사회에서 보이는 모습이 무엇이건 저는 백지 위에 그려낸 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애써 형성한 모습이 아니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정말 편안할 때에만 드러내는 모습이니까요.